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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인상할까?

경제

by Newsis1 2022. 2. 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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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리말로는 '물가상승'이다. 물가란 '물건의 가격'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란 물건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다. 500원짜리 라면 하나를 사기 위해 온종일 일해서 500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마트에 갔더니 라면이 어느새 1,000원으로 올라 결국 라면을 살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그냥 훔쳐서 먹고사는 게 편한데 말이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가가 안정되어야 각 경제주체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야 생산성이 오르고 국가 경쟁력도 강해져 부강한 나라가 된다.

 

그럼 정부는 물가가 오르는 것을 어떻게 잡으려고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였지만 그래도 앞의 라면 사례를 계속 활용해 보자.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간단히 표현하면 500원짜리 라면 한 개가 다음 날 1,000원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겠는가?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사재기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이면 두 배의 값을 치러야 하는데, 사재기를 해서라도 미리 비축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면을 당장 필요로 하는 사람뿐 아니라 라면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오늘 개당 500원에 잔뜩 사놓았다가 내일 1,000원에 팔면 갑절을 먹는장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군들 가만히 있으랴. 이 경우 분명 사재기가 사람들을 이끄는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재기한다는 소문이 돌면 라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 더욱더 라면 사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고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그야말로 초특급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발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그럼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어디로 뛰어갈까? 할인마트? 아니면 가까운 편의점? 아니다. 은행으로 먼저 달려간다. 요즘에는 현금을 지갑이나 장롱에 보관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은행에 예금해 둔 상태다. 따라서 은행은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재기 광풍을 막으려 고심할 것이다. 사람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자산인 예금을 무조건 인출하지 못하게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있다. 바로 금리(이자)를 올리는 것이다. 얼마만큼?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500원당 500원의 이자를 더 주도록 올리면 된다.

 

은행 직원: 고객님, 예금인출을 왜 이리 서두르시는 거예요?
예금주: 참 답답한 양반이네. 내일이면 라면이 개당 500원에서 1,000원이 되는데 빨리 사재기를 해야 할 거 아니요. 은행에 돈 묵혀두면 내일 라면을 살 수 없단 말입니다. 빨리 제 돈 찾아주세요.
은행 직원: 고객님,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려 하루 이자가 500원당 500원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내일 오시면 원금 500원에 이자가 500원이 붙어 1,000원을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어, 정말요? 그럼 굳이 오늘 귀찮게 돈을 찾아 라면을 사재기할 필요가 없겠군요. 어차피 오늘 500원으로 라면 한 개를 사나 내일 1,000원으로 라면 한 개를 사나 마찬가지니까요.

 

결국, 금리를 올리면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고 추가로 라면값이 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계속되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함부로 못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8년 초가 그랬다. 당시 한국은행은 계속되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자, 어쩔 수 없이 금리인하 정책을 실시한다. 같은 해 10월 8일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한 달 반 동안 무려 1.25% 포인트를 떨어뜨렸다. 왜 그랬을까? 이는 당시 물가상승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가계대출 부실화와 극심한 유동성 부족 현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 또한 올라가 가계의 부담이 증가한다. 매달 이자 내는 데 급급하여 소비를 줄이게 되면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더욱 경기가 악화하는 것이다. 유동성 부족 또한 그렇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으로 돈 필요한 사람들이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즉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유동성이 나빠진다. 돈은 경제에서 피와 같은 존재인데, 금리인상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을 펼 때는 현 상황에서 '어떤 문제들이 더 심각한가, 어떤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 등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물론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따져가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휴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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