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미국 FT시나리오는 인프라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전력시장의 모습을 구조적∙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의 스케치는 (1) 신재생 공급비중 대폭 확대, (2) 부하추종 용량자원 확보, (3) 전반적인 이용률 하락, (4)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과 (5) 계절적 특성 완화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전력시장 스케치에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요소인 수소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력시장에서의 수소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전력 수요자로써의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력시장의 설계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Peak 부하의 관리다. 평시에 아무리 원활한 전력 공급이 이루어져도, 일시적인 예비율(Reserve Margin) 관리와 Peak부하 대응상 허점은 곧 대규모 정전 사고로 이어진다.
전술한 바, FT시나리오에서 2050년 전력 수요 성장의 주요인은 운송 부문 전동화(Transportation Electrification)와 녹색수소 생산이다. 운송 부문 전동화는 Peak부하 급증으로 수급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잠재 요인인 반면, 전력저장 매체인 녹색수소의 생산은 반대로 미래 Peak 부하 분산 역할의 구심점이다.
결국 운송 부문 충전과 녹색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수요는 하루하루의 일간 부하 곡선부터 하절기 Peak부하에 이르기까지 전력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변수다. FT시나리오에서 보여주는 충전 수요와 수소 생산 패턴의 해석을 통해 2050년 Peak부하와 부하곡선의 변화된 형태를 시뮬레이션 해보자.
녹색수소 생산비용을 추산하기 위한 현행 시뮬레이션의 대부분은 기본 가정으로 신재생에너지 자산에서 출력제약(Curtailed)된 전력을 사용한다. 이는 상업적인 수전해 공정(Electrolyzer)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단계에서 프로젝트 타당성(Feasibility)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FT시나리오 상 2050년 수전해 공정에서 녹색수소를 생산하는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자산의 전력 생산분 중 전력망(Grid) 부하 이외의 발전량이 녹색수소 생산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 신재생에너지 자산은 설치될 당시부터 전력망 부하와 녹색수소 생산에 필요한 부하를 함께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된다. 이런 면에서, 기존 시뮬레이션 사례의 출력제약 전력사용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결국 수전해 공정 에서의 녹색수소 생산량은 신재생에너지 자산의 전력망 부하 외 가용률(Availability)의 함수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 역시 수전해 공정의 이용률(Capacity Factor)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전해 공정 이용률과 수소 생산량이 증가하면 건설 CAPEX를 감안한 수전해 자산 단위 규모의 경제 효과에는 일부 기여하겠지만, 반대로 전력망에 대한 전력판매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수소 생산비용이 급증하는 부정적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둘은 시소(Seesaw) 관계다.
시나리오가 예상하는 미국 수전해 공정의 2050년 평균 이용률은 약 15% 남짓이다. 20~30년 후 미래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2050년까지 증가하는 신재생에너지 자산 용량의 절대 비중은 태양광PV에 집중된다. 따라서 11~15시까지 4시간 동안의 녹색수소 생산이 연간 수소 생산량의 40%, 하절기 수소생 산의 6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계절적으로는 4~5월에 수전해 공정 이용률이 최고치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봄철에는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태양광PV 발전량이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냉방 등 전력망 부하 증가요인은 작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및 남부 일부는 4~7월로 수전해 공정 이용률이 고점을 유지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다. 지역 특성 상 태양광PV 외에도 풍부한 풍력과 수력 등 부하를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이 더 많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