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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왜 정책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바꾸었을까?

경제

by Newsis1 2022. 2. 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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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도 세계 주요국가와 마찬가지로 3대 통화정책에서 '금리중시' 통화정책으로 바뀌면서 정책금리 자체를 인상 또는 인하하여 통화량을 조절하고 물가를 안정화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서민들도 과거와 달리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정책금리에 대해 적잖은 관심을 끌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신문기사를 보면 2007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 금리발표는 '콜금리'를 인상•인하했다는 것이었는데, 2008년부터는 웬일인지 콜금리가 아닌 '정책금리' 또는 '기준금리'를 인상•인하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용어가 바뀐 것일까? 실은 한국은행이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콜금리는 더 이상 정책금리가 아니다.

 

콜금리란 금융기관 간의 초단기대출과 차입을 하는 거래인 콜거래의 금리로서 1999년부터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금리로 활용됐다. 금융기관끼리의 거래이다 보니 일반 국공채금리보다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어 조절하기도 쉽고 '콜금리 → 단기시장금리 → 장기시장금리'로의 파급효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정책금리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파급경로에 문제가 생겼다. 그 이유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발표하고 이를 금융시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시장에 통화가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서 통화량을 줄이려 할 것이다. 이때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예를 들면 기존 콜금리 4.40%에서 4.65%로 인상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발표는 발표일 뿐 이게 시장에 적용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 이때 한국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시장에다 매각한다. 그럼 그만큼의 자금이 한국은행으로 들어와서 시장엔 통화량이 줄어들게 된다. 통화량이 줄어들면 콜금리가 올라갈 것이고 - 시장에 돈이 귀해지면 금리가 올라갈 테니까 - 이렇게 해서 기존 콜금리 4.40%에서 발표한 목표치인 4.65% 수준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콜금리가 목표치보다 훨씬 더 올라가면 한국은행은 RP를 시장에서 매수하고 그만큼 돈을 지급해 시장에 통화를 푼다. 그럼 콜금리는 자연스레 내려가게 되어 목표치인 4.65%를 맞추게 된다.

 

콜거래는 대부분이 만기가 하루짜리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은 그동안 발표한 목표치 콜금리를 맞추기 위해 매일매일 이런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 누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목표치 콜금리만큼 한국은행이 알아서 맞춰 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콜시장에서 수급에 의해 오르고 내려야 하는 변동금리인 콜금리가 거의 '고정금리화' 되어 가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금융기관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실제로 그동안 외국계 은행이나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점을 이용해 콜금리를 빌려다가 채권 등에 대거 투자했다. 통상 단기금리(콜금리)보다 장기금리(채권)가 높으니까 그만큼의 금리 차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콜거래로 돈을 빌려 채권에 투자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콜금리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수급에 따른 금리예측도 없이 무작정 돈을 빌려 채권에 투자한 것이다. 마치 패를 보고 고스톱을 치는 거나 다름이 없는 투자행위였다. 이런 거래가 빈번하니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투자가 늘어 채권가격은 올라가고 그에 따라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에 오류가 생기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런 얌체거래를 빤히 보면서도 매일매일 콜금리를 목표치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를 1일짜리 콜금리에서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로 바꾸게 된 것이다. 이로써 콜금리는 다시금 콜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적절히 변동하는 변동금리로서의 위상을 찾게 된 것이다. 다만 이렇게 했을 때 콜금리가 너무 큰 폭으로 움직여 시장의 불안정성을 조장하는 일이 없게 하려고 '대기성 여수신제도'를 마련하였다. 이는 은행들이 금액이나 횟수에 상관없이 자금을 하루 동안 한국은행에 예치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미국식 재할인제도와 비슷한 형태다. 은행이 빌릴 때는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금리를 더 내고, 맡길 때는 1%포인트 금리를 낮게 받게 되어 있다.(지준 마감일에는 기준금리의 ±0.05%포인트) 따라서 콜금리가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 제도의 도입으로 유사한 기능을 했던 일시부족자금대출 및 유동성조절대출제도는 폐지가 되었다.

 

이렇듯 정책금리를 'RP'금리로 변경하면서 콜금리는 시장 친화적인 살아있는 금리가 된 것이다. 그리고 변동금리인데도 불구하고 고정금리화 된 콜금리를 이용해 얌체 같은 운용을 했던 일도 더는 못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이제 기사에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책금리(또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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