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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중앙은행)의 최대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경제

by Newsis1 2022. 2. 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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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3가에 본점을 두고 있는 한국은행에 찾아가 예금을 들겠다고 한다면 아마 한국은행의 직원은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희 은행은 예금 안 받는데요. 바로 길 건너편 OO은행이 있는데 그리로 가시죠."

 

분명 버젓이 은행 간판을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예금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근처 다른 은행을 안내해 줄 것이다. 금액이 적어서 그런가 하고 10억 원을 구해다 예금을 하려 해도 개인예금 사절이라며 손사래를 칠뿐이다. 이거 참 이상하다. 분명 '은행'인데 말이다.

 

이렇듯 한국은행은 일반 기업이나 개인들을 상대로 예금을 받지 않는다. 이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영업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써대도 그 즉시 돈을 찍어서 이를 충당하면 그만인데 구차하게 무엇하러 우리들의 예금을 받겠는가?

 

그렇다. 한국은행은 원화를 찍어 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이런 무소불위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은행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찍어 내지는 않는다. 그만큼 검소해서 그럴까? 물론, 아니다. 필요 이상의 돈을 찍어내면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시장에 돈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아마도 라면 한 박스를 사기 위해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한 트럭 가득 내야 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한국은행은 은행이 아니다. 일반은행이라면 예대마진을 주된 수익으로 해서 이윤을 많이 내어야 살아남는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윤을 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중앙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그럼 한국은행은 단순히 돈을 찍어내는 곳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의 실질적인 존재의의는 '물가안정'에 있다. 한국은행은 지상 최대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대한민국의 돈줄을 꽉 잡고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써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통화지표를 중간목표로 하는 '통화 목표제'를 운용했었다. 그러다가 1998년부터는 '물가안전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통화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금리를 조절하고 통화량을 조절하여 물가안정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국은행의 주된 고객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다. 결코,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양떼를 몰 때도 우두머리 몇 마리만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면 나머지 무리는 그에 따라 움직인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돈이 움직일 때 그 창구가 되는 것은 은행을 위시한 금융기관들이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은행(물론, 지점은 몇 군데 있지만)이 모든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돈줄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돈의 창구가 되는 금융기관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또 다른 고객은 바로 정부다. 서슬 퍼런(?)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누가 감히 마음 놓고 이자를 받겠는가? 하지만 한국은행은 가능하다. 정부가 국개재정을 운영할 때 돈이 모자라면 돈을 빌려주고 꼬박꼬박 이자를 받는다.

 

이제 이상하던 한국은행의 실체가 명백해졌다. 일반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돈을 찍어내는 일을 하는 국가기관이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라면 태평양을 지나 대서양까지도 달려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금융기관을 상대로 금리를 조절하고 통화량을 조절하여 물가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있다.

 

돈에 관해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한국은행도 가끔 기획재정부와 옥신각신한다. 과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만이 목표가 아니다. 경제의 발전과 분배를 통해 더욱더 경쟁력 있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한국은행의 목표와 상충할 때가 많다. "아니? 물가가 안정되면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는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위험수위에 올라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물가를 잡아보려고 한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물가가 상승할 경우 금리를 상승시켜 물가안정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환율이 내려간다(원화 강세). 그런데 환율이 내려가면(원화 강세) 수출기업이 울상이 된다. 또한,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 서민들 호주머니가 비게 된다.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시장이 얼어붙는다. 경제에 적신호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물가란 걸 애써 잡을 필요가 뭐가 있나요?"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급격한 물가상승은 사람들로 하여금 물건을 많이 사게 만들고 저축하지 않게 만든다. 열심히 일해봤자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 근로의욕도 떨어진다. 그럼 생산성도 떨어지고 국가는 삼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와 각 경제주체는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급한 놈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 어떤 놈이 더 급한지는 매번 바뀌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런고로 물가안정이 더 시급하냐 아니면 경제성장이 더 시급하냐에 따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와의 의견 대립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 다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정부조직이다. 결국은 적절한 조율을 통해 정책방향을 결정한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두 조직이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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